지구촌 소식

몹쓸놈의 문명3

03-12-30 지구인 2,007
도살 토종닭등 필사의 저항…손ㆍ얼굴 쪼이기 일쑤
생매장ㆍ쇠막대 사용 처분…일부선 잔혹성 시비도


닭과 오리가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다. 반드시 죽여야 하는 공무원의 마음도 편치 못하다. 조류독감 탓 살(殺)처분에 동원된 공무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 손이 턱 없이 모자랄 뿐더러 살처분 방식도 원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닭의 역습에 당하는 공무원이 늘고 있다. 손과 정강이가 성치 못 하다. 오리 살처분법은 생매장이다. 미리 파놓은 깊이 1m 이상의 구덩이로 몰아넣는다. 얌전한 편인 오리의 성질을 이용, 일렬횡대로 죽음의 함정으로 밀어 넣어가며 하루 수만마리씩 죽이고 있다.
그런데 닭한테는 이 방식이 먹혀들지 않는다. 오리에 비해 훨씬 괴팍하다. 무리를 지어 움직이지 않는다. 걸핏하면 홰를 치며 허공으로 치솟기 일쑤다. 위기를 감지하는 순간, 깃을 곤두세운 채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로 필사 저항한다. 충북도 축산위생과 관계자는 "질소가스로 질식시키려고도 해봤고 말을 안 듣는 닭은 야구방망이와 쇠파이프로 머리를 내리치기도 하지만 닭은 오리에 비해 목숨이 질기더라. 특히 몸무게가 3~5㎏에 달하는 토종닭은 양계닭과 달리 힘이 아주 세다. 사람이라고 봐주지 않으므로 쪼이는 것을 각오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사료만 받아 먹고 자란 산란용 닭은 몸집이 작다. 날갯짓도 약해 이렇다 할 반항 없이 마대자루 안으로 쏙쏙 들어간다. 그러나 야생에 가까운 토종닭은 몸집이 오리만 할 뿐 아니라 자연에 놓아 기른 덕에 근육이 발달했고 몸도 날래다. 게다가 겁도 없다. 산과 들에서 거칠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개, 고양이 등과 숱하게 싸움을 벌인지라 전투력이 상당하다. 사람도 무섭지 않다는 듯 마구 대든다.
살처분 작업에 참가한 경기 안성시 측은 "토종닭은 걸음이 빠르고 양계장 지붕 위로 훌쩍 뛰어오를 정도로 도약력도 탁월해 소수 인력으로는 포획하기 어렵다"면서 지원병을 요청하고 있다. 아울러 "자기를 잡으려는 인간부터 공격한 다음 산 위로 달아나려는 전법을 쓰고 있는 이 닭들의 날카로운 부리에 얼굴을 다칠세라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수도권을 비롯해 충청도, 전북 등지에서 오리와 닭 수십만 마리가 살처분되고 있다.
그러나 빠듯한 살처분 인력은 도축과정 중 잔혹 시비를 불러일으킴직하다는 지적이다. 어느 도청 축산위생과 공무원은 "소는 망치나 도끼로 타격하고, 돼지는 전기로, 오리는 크기에 따라 처리하는 등 살처분 방법을 가축전염병 예방법에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닭은 큰 닭과 작은 닭의 구분이 모호하고 또 어떻게 죽이라는 기준도 없어 대충 알아서 죽일 수밖에 없다" 며 곤혹스러워했다.
한편 인간을 위해 무차별 학살당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 땅의 닭과 오리에 대해 대한불교 조계종 관계자는 "불상생계, 즉 미물일지라도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하지만 작금의 사태에서는 달리 방도가 없다. 다만 닭과 오리를 살처분하는 방식의 잔인함만큼은 개선의 소지가 다분하다" 고 지적했다.

김지만 기자 manji@heraldm.com


몹쓸놈의 문명...
  • 03-12-31 웃음
    큰아이가 뉴스를 보다가 그러데요.
    아,,정말... 저렇게 죽이는 방법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한데 할말이 없더군요.
    나도 먹이사슬속에 있는 동물이다보니 인간보다 더 영장이라는 종이 나타나 인간들을
    저렇게 죽이면...그런 생각도 들고.

    2000년 특집으로 sbs에서 제작된 '잘먹고 잘 사는법' 다큐를 보면
    입이 쩍 벌어지죠.
    인간이 얼마나 욕심많은 고깃덩어린지...소 돼지 닭등 우리 식탁을 기름지게 만드는
    동물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생육되고 살육되는지..그 다큐보면 얼마간은 고기 생각이
    절로 뚝 떨어지고 맙니다. 끔찍하고 불쌍해서.
  • 03-12-31 모모
    예전에, 금산사에 얽힌 살막이 공사.....라 하나요..^^...
    그걸, 책에서 본적이 있습니다.
    증산도에 대해선, 특별히, 좋아하는것도, 싫어하는것도 없지만,
    이땅에서 살아갈 후손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만큼은, 감동적이더군요.
    지구인님이 올려준, 이야기들이 그때 서점에서 본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전, 종교에 깊이 빠지는 성격은 정말 아니지만,
    우리,,,할머니처럼, 할아버지처럼,,,,그렇게, 자신이 알수 있고, 할수 있는 처방안에서,
    손자 손녀들을 생각하며, 무언가 '예비" 해주고 '안배' 해 주는
    그런 마음이 참 존경스럽고 좋습니다.
    ...................
    올려준 글과 비슷한 상황을 본적이 있었는데,,
    어릴때, 저희 어머니가 칼공사?를 하시더군요..
    머리가 많이 아프셔서, 그랬던걸로 기억합니다.
    어린 저의 눈엔, 그 광경이 한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았었습니다.
    조금은, 무섭기도 했었구요..
    ......................
    ...................
    새해 복많이 받으시길.....^^

  • 03-12-31 지구인
    모모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다른 분들도^^; (이런 무성의라니..-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