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3

03-07-31 원정 720
퇴근 후 아산병원에 다녀왔다.
작은 아버지 덕에 몇 번 그 곳에 간 적이 있었지만, 오늘은 달맞이꽃 때문에 산책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서초동 사무실에서 나와 교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성내역에서 내렸다.
성내역에서 아산병원까지 가는 방법은 걷거나 택시를 타는 방법이 있는데, 걸으면 10분 택시를 타면 7분쯤 걸릴 것 같다.
걸어서 갈 때는 성내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이 20여 미터 정도의 다리(자전거나 걸어서만 통과가 가능)를 건너서 지름길로 갈 수 있고, 택시를 타고 갈 때는 성내천 때문에 멀리 돌아서 가기 때문에 도착하는 시간이 거의 걷는 것과 다름이 없다.

나는 항상 걸어서 아산병원에 갔고, 오늘도 역시 걸어서 갔다.
성내천을 따라 걷는 기분은 언제나 날 즐겁게 한다. 산책을 하기에 너무도 좋은 길이다. 이름도 잠사산책로(?)라고 도로변에 쓰여져 있었다.

성내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려고 할 때, 난 무척 놀라웠다.
달맞이꽃이 지천으로 무리지어 하천변을 화단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갑자기 규철이형이 생각이 났다.
그 형은 달맞이꽃을 매우 좋아했다.
나와 둘이서 한적한 길을 산책할 때, 규철이형은 달맞이꽃을 귀신같이 찾아냈다.
내가 형은 어떻게 그리 달맞이꽃을 잘 찾느냐고 물으면, 규철이형은 사람은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잘 보이고, 관심이 없으면 아무리 눈 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법이라고 말하곤 하였었다.

사진기라도 있었으면 사진을 찍어서라도 규철이형에게 보여주련만......
작은아버지를 병문안하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본 달맞이꽃 무리는 규철이형의 얼굴을 닮은 듯했다.


  • 03-08-01 載仁
    규철이 형은 행복하신 분입니다. 좋은 동생 두셔서요.
  • 03-08-01 如原
    제가 사는 아파트 옆에는 '해반천'이라는 개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 옆으로 사람들이 심어놓은 옥수수숲이 있고요, 저절로 나서 자라 훌쩍 키가 커버린 해바라기와 그 사이사이에 가슴 설레이게 고개 내민 달맞이꽃들이 있답니다.

    밤이 깊어져서 그리움에 견딜 수 없을 때면 저는 도둑처럼 살짝 집을 빠져 나와서 그 해반천옆을 걸어갑니다. 그러면 그 어둠내린 옥수수나무와 해바라기와 달맞이꽃들에 온통 그리운 얼굴이 오버랩되어서 제게 다가오더랍니다.

    달빛 휘영청 밝은 날 보았던 해반천과 그 야생숲과 달맞이꽃은 참으로 현란했습니다. 오늘밤 어둠이 내리면 꼭 해반천에 가서 달맞이꽃을 보고 싶군요.

    언제나 그곳에 가면 그리움이 내려지고 그리하면 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 03-08-01 바람
    그래요. 관심이 가는 것이 눈에 띄지요. 관심이 안가는 것은 바로 눈앞에 있어도 눈에 안 뜨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