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의 경이로움이여0

글수정
03-08-02 바람 556


틱 낱 한은 베트남의 승려이다. 그가 네 살 때 어머니는 장에서 과자를 사다 주셨다. 그는 항상 앞마당으로 나가 오랜 시간 동안 과자 하나를 아주 조금씩 베어 먹었다. 과자를 한입 베어 먹고 하늘을 한 번 쳐다보고 그러다가 강아지를 발로 툭 쳐보고는 또 아주 조금 베어 먹었다.


그는 하늘과 땅, 대나무 숲, 고양이와 강아지, 꽃들과 함께 그저 거기에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아무 걱정도 없었고 미래에 대하여 생각하지도 않았고 과거를 후회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의 과자, 강아지, 숲, 고양이등 모든 만물과 함께 바로 그 순간 그곳에 있었다.


그가 고령이 된 지금은 네 살 쯤 된 다른 아이들의 손바닥 위에 오렌지 하나를 올려놓고 그 오렌지의 기원에 대해 명상하도록 이끌고 있다. 그의 이끌음에 따라 이윽고 아이들은 손바닥 위의 오렌지 한 알 속에서 비를 맞고 햇빛을 받으며 만개한 꽃을 떠올린다.


꽃잎이 떨어지고 작은 초록색 열매가 매달린다. 햇빛이 그 작은 오렌지를 키운다. 누군가가 그것을 땄고 그 오렌지가 여기 손바닥 위에 있다. 아이들은 천천히 오렌지의 껍질을 벗긴다. 그리고 오렌지를 한 입 먹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달콤한 과즙과 터지는 향기는 이렇게 지금을 행복하게 한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이 순간 이곳 우리 속에 살아 있다는 것이다. 영어의 ‘present’는 ‘현재’와 ‘선물’이라는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다. 현재는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그는 우리에게 현재가 선물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느끼게 해준다. 그것이 중요하다. 그는 인류에게 주어진 선물인 것이다.


화를 내면 우리는 화가 된다. 사랑을 하면 우리는 사랑이 된다. 눈 덮힌 산을 보면 우리는 산이 된다. 숨을 쉬고 있는 나는 살아 있다. 그가 마음 속에 들어와 내가 되어 나즈막한 소리로 말한다. “숨을 들이 쉬면 내 몸이 평온해진다. 숨을 내 쉬며 나는 미소를 짓는다” 서너 번 천천히 그렇게 숨을 쉬어 보았다. 아, 이 매혹적인 순간에 살아 있음의 경이로움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