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서거날을 하루 앞두고
독립투사들을 생각하며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았다.
똑같은 영웅을 품고 있는 그대를 알아봤다.
슬그머니 나는 그대 옆에 갔다.
가슴에 품고 있던 그분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대의 눈빛은 순간 빛났다.
“언젠가 날 찾아오시오”.
그대는 내게 그대의 연락처를 건넸소.
그대의 동지들과 그대가 남몰래 그분의 고향을 찾는 걸 보았소.
그분의 묘지는 찾을 수 없어도,
그분 부인 묘지나마 찾아 해마다 참배하며 결의를 다지는 것을 보았소.
나는 보았지만 가까이 가지 않았고, 숨죽여 지켜보기만 했소.
여전히 나는 그대에게 연락하지 않을 것이오.
같은 마음을 품었건만 그저 먼발치에서 꿈쩍하지 않을 것이오.
역사가 제자리 찾게 되는 날을 기다리는 마음만을 확인할 뿐.
그대는 눈빛의 결의는 더욱 빛나지만 몸은 참으로 많이 늙었소.
무심한 세월은 모든 것을 지워가지만 드러날 것은 반드시 드러날 것이오.
그대가 그분의 명예회복을 보지 못하고,
제자리를 찾아 주지 못한 체로 눈 감는 것이 내겐 한이 될 듯하오.
하지만 무너지는 가슴속에서 피는 솟구칠 것이오.
그때가 오면 내 비로소 그대처럼 그대와 그분의 묘지에 가겠소.
그대처럼 술 한 잔 건네겠소.
그리고 말하겠소.
‘잘 가시오. 동지들.
내 살아 지켜볼 것이오.
그날을 기다릴 것이오.
잘 가시오.
잘 가시오.’
무언 속에 감춰졌던
가슴의 진심
그대와 나
그리고 역사와 함께 피로 나누겠소.
역사는 흐르오.
쉬지 않고 흐른다오.
눈 뜬 채로 잊지 않고
기억하며
도도하게 흐를 것이오.
<그대 잘 가라/백창우 가사/김광석 노래>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람이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 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