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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의 때
4
03-12-17
법현
1,338
내 고향은 전라남도 화순군 남면 검산리라는 산골마을이다. 산길을 지나 몇 개의 마을 너머로 어머니가 어린 시절을 보내신 외갓집이 있었다. 이바지 가시는 어머니 따라 외가에 갔을 적 이야기다. 정이월 다 갈 무렵이라 날씨는 쌀쌀했지만 어머니 따라 간다는 것도 그렇고 엿이며, 고구마, 곶감이며, 가래떡에 찍어 먹는 조청 맛도 추억으로 남아 있고 해서 기쁜 얼굴로 쫓아갔다. 그런데 외갓집에 도착해서 어른들께 인사드리고 맛있는 것도 다 얻어먹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 그 시절은 다들 그렇듯이 방이 많지 않아서 한 방에 여럿이 끼어 자야 했다. 잠자리에 들어 양말을 벗다가 슬그머니 다시 신어 버렸다. 아뿔싸! 발이 글쎄 ‘까마귀 사촌은 저리 가라’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저녁마다 씻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따뜻한 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추운 겨울 방학을 지내느라 발이 새까매진 것을 그제서야 발견한 것이다. 누가 볼 새라 다시 양말을 신고 잠을 청하는 나에게 그야말로 화두(話頭;참선할 때 골똘히 생각하는 주제)가 잡혔다. ‘어떻게 남모르게 깨끗이 씻는다?’
다음 날 점심 먹고 외갓집 앞을 흐르는 개울가에 나갔더니 동네 아주머니들이 겨울 지나오는 봄물에 빨래하러 나와 있었다. 나는 이 때다 싶어 아주머니들의 걱정하는 소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발 저 발 담그면서 한나절을 물에서 놀았다. 해질녘이 되어서 미끌거리고 간질거리는 발 감각을 안고서 고무신 안에 들어있는 양말을 살짝 벗어 내렸다. 그랬더니
웬만한 때들은 다 물을 따라 가버리고 그야말로 몽글거리는 돌맹이로 조금만 문질러도 다 벗겨질 때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가? 마음속으로 환호를 하며 나머지 때를 씻었다. 그런 뒤에 외갓집으로 달려가서 큰소리로 말했다. “외할머니! 발 씻게 물 주세요.” 외할머니는 사정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우리 손주 착하구나” 하시면서 기르고 있는 소에게 먹이로 줄 소죽 쑨 따뜻한 물을 한대야 주셨다. 자랑스럽게 발을 씻고서 그날 밤은 양말을 벗고서 편히 잘 수 있었다. 아무도 보지는 못했지만 스스로는 알았던 발의 때처럼 내 마음에 낀 때를 바라보며 사는 수행의 삶이다. 얼음장 밑으로 맑게 흐르는 냇물을 생각하면서 가끔은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맑디맑은 물과 양말 속의 발을 비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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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24
원정
살면서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편안한 글을 읽다가 갑자기 그 생각이 떠오르네요.
제 자신에게 좀 더 진실하게 살려고 하다보면 제 마음의 때도 말끔히 씻겨질 날이 있겠지요.
04-01-11
법현
그러겠지요.원정님의 다스한 마음이야 때가 안 끼이겠지만서도...이 글이 좋은생각이라는 잡지 2월호에 실린다네요.
04-01-18
웃음
스님 글을 잡지책에서 보니 더 다정하게 느껴지데요.
아주 살갑게 느껴지는 바로 내 이웃의 얘기같아서요.
안다는 건 참 무서운거 소중한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글이 몇쪽에 실려있나를 먼저 살피며 뒤적거리는 절 보면서...웃었습니다.^^
04-01-18
법현
그렇지요? 묘한 것이지요.안다는 것은 ..그래서 서로를 알아야 하는것이지요. 우리나라말로 서로 사랑하는 사람을 부르는 지칭어가 무엇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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