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공'을 놓을 때가 되었나보다.2

22-04-14 원정 43

삶은 내가(아상이, 생각이-보통 사람들은 생각이 의식에 딱 붙어서 생각이 나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요) 사는 것이 아니라 인연따라서 저절로 살아지고 있는 것이었어요.

보고, 듣고, 느끼는 것조차도 내 생각대로 되는 것이 없는데(보지 않으려고 해도 보이고, 듣지 않으려고 해도 들리고 느끼지 않으려고 해도 저절로 느껴진다), 내 뜻대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겠어요.

자연현상이나 사회현장은 물론이고, 내게 다가오는 모든 삶도 내(아상, 에고) 생각과 무관하게 전체가 한 통속이 되어 인연따라서 벌어지는 일이었어요.

삶이 그대로 진실이고 현실이지만, 나(아상,에고)는 그 삶을 분별하여 취사선택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에고(생각)의 뜻대로 안되면 고통을 받곤 했어요.


우리는 공부할 때는 단지 공부가 되어질뿐이고, 잠잘 때는 단지 잠이 자질뿐이며, 밥 먹을 때는 밥이 먹어질 뿐이고, 아플 때에는 단지 아파질 뿐이며, 죽을 때에는 그냥 죽어질 뿐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존재인데, 이 생각(아상)이란 놈이 그러한 삶을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여 분별을 해오고, 그러다가 생각(에고) 뜻대로 안되면 고통을 받아왔던 것이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애초에 분별로 인하여 추가적인 고통을 받을 필요가 전혀 없었어요.

아상은 애초부터 '환상'이었어요. 아상은 '꿈'이었어요.

분별하는 습이 남아 있어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아상이 환상임을 알았으니 시절인연이 되면 그 분별의 습도 없어지겠네요.

아상으로부터 조복을 받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봐요.


앞으로 나는 삶을 분별 없이(삶에 저항하지 않고) 대하려 해요.

삶은 제 스스로 인연따라 살아지는 것일 뿐이니....

내게 다가오는 삶이 그대로 진실이고 실상이며, 삶은 내 생각과 무관하게 그냥 수용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니까요.

삶이 곧 신이라고 표현해도 틀인 말이 아닌 듯 해요.

삶에 저항하는 것은(분별하여 취사선택하는 것은) 진실(신)에 도전하는 것이에요.


아상(나라는 생각)은 애초에 허상이었어요.

오직 내게 대가오는 삶만이 진실이었어요.


이제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인연따라 떠오르는 생각조차도 완벽히 진실이고, 실상이네요.

그 생각에 대해서도 더 이상 분별하지 말아야 하겠어요.

내게 다가오는 모든 삶을 있는대로 바로보는 것이 바로 '정견(正見)'이네요.


금강경의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主 而生其心-마땅히 머무는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은 인연 따라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었어요.

애초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었어요.

다만 생각이란 허상이 그 진실을 가리고 있었을 뿐.


의식(공)이 일어나면 생각의 허상이 잘 보이고,

그러면 통찰력이 생기네요.

이제는 '공'조차도 내려놓아야 하겠어요.


이제 다시 처음의 그 자리에 왔네요.

열심히(?) 인연 따라서 뭐뭐할 뿐인 '뿐선생'으로 살아야겠어요.

  • 22-04-15 여원
    ‘내가 사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내가 사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고,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인연 따라서 저절로 살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인연 따라서 저절로 살아지고 있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다. 또한 ‘내가 사는 것이다’도 아니고, ‘인연 따라서 저절로 살아지고 있는 것’도 아닌, 그것은 동시에 ‘내가 사는 것’이고, ‘인연 따라서 저절로 살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중도’에 집착하는 것이다.
    양극단을 버리고, 중도마저 버려야 공을 놓는 것이다.

    ‘정견’이란 어느 것 하나의 관점에서만 맞는 게 아니다. 또는 그 둘의 관점에서 다 통용되는 것도 또한 아니다. 어느 관점에서 봐도 맞아 들어가는 것이다. 그물 사이로 바람이 통하듯이 다 통해서 막힘이 없는 것이다.
    ‘이다’, ‘아니다’, ‘된다’, ‘되어진다’를 왔다갔다하면 ‘변견’으로 전락한다. 있는 그대로 보면 된다.


    밥 먹을 땐 밥 먹을 뿐
    잠 잘 땐 잠잘 뿐
    분별할 땐 분별할 뿐
    일할 땐 일할 뿐
    아플 땐 아플 뿐
    죽을 땐 죽을 뿐
  • 22-04-15 원정
    ㅎㅎㅎ
    눈 밝은 분이 말씀하시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요.
    중도=불이=공이니까요.
    감사해요.^^